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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6일 쉴만한 물가] 나는 주부목사다.


[ 쉴만한 물가 ]

 

나는 주부목사다.

채윤석 목사 / 경기연회 평촌지방 함께걷는교회

 

나는 주부목사. 이렇게 나를 소개할 때면 사람들은 다소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인다. 남성이면서 그것도 목사가 주부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이 꽤나 신박하게 들리는 모양이다. 매일 가장 먼저 일어나 가족들의 아침을 챙기고 아이를 돌본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후 밀린 빨래와 집안 청소에 나선다. 오후가 되면 장을 보고, 요리를 해서 가족을 먹이고, 아이를 돌보다 보통 밤 10시가 되어서야 흔히 말하는 육퇴(육아퇴근)’가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목사로서 목회에 전념하는 시간보다 주부로서 가정을 돌보기 위해 쏟는 시간과 에너지가 더 많을 때도 있다. 아이가 어린이 집에 간 사이 짬을 내거나 육아와 살림을 끝마친 깊은 밤이 되어서야 공부도 하고, 설교도 쓰고, 오롯이 나 자신과 목회에 전념할 시간이 주어진다.

 

내가 이렇게 주부목사가 된 데에는 조금 특별한 이력이 있다. 우리 부부는 신학교 선후배 사이였다. 결혼하여 2016년 안양에 작은 상가를 얻어 개척교회를 시작했고, 함께 교회를 섬겼다. 아이가 세 살이 되면서 아내는 본격적인 목회과정을 밟기 위해 수련목회자가 되었다. 이것은 결혼할 때부터 서로의 목회 사역을 존중하기로 했던 결의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부부목사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내가 수련목회자로서 사역을 시작하면서 나는 항상 세 살 난 아이와 함께 교회에 출근해야 했다. 한 손에는 예배 준비를 위한 가방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아이에게 필요한 물티슈, 장난감, 간식 등을 담은 육아 가방을 들었다. 갖가의 사역이 겹치는 주일은 어느 때보다 역경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선택한 길이고,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다.

 

주부의 일이 세상 무엇보다 특별하고 소중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의 어렵고 힘든 상황을 토로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단지 목회자로서 주부의 일을 함께 하고 있을 뿐, 다양한 목회 상황과 삶의 현장에서 수많은 목회자들이 자신의 가족, 그리고 이웃과 함께 살아가려고 이처럼 몸부림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나 자신을 포함해 지금도 어딘가에서 카페목사, 유튜버 목사, 또 택배목사와 청소목사로 열심히 하나님과 세상을 섬기고 있을 그들을 그저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나 또한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살겠다고 다짐해 본다. [ 20201129/ 기독교세계 10월호 중에서 ]

 

 

* 채윤석 목사님은 201311월부터 20158월까지 우리 광장교회에서 사역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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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 6일 쉴만한 물가] 나는 주부목사다.
  • 202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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