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동산에서 온 편지(6월)
보석처럼 달린 보리수도 봄 가뭄을 이겨내고 어엿이 영글었으니 대견합니다.
요즘 여무느라 여념이 없는 대추들도 인고의 시간을 견딘 만큼 영글겠지요.
코로나를 이겨내고 어지럽고 험한 세월을 살아내는 우리들도 마당의 보리수처럼
눈부시게 환한 시간을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앵두꽃이 활짝 핀 어느 날 영하의 날씨에 꽃이 얼더니 앵두가 한 알도 없네요.
우리 정숙씨와 기명씨가 앵두나무를 살피더니 이상해... 이상해... 합니다.
앵두나무에 앵두가 없으니 이상한가 봅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경순씨는 소통 왕으로 통합니다.
갈래, 응, 좋아, 이거, 저거, 얘, 물, 밥, 커피... 발음도 정확하지 않지요.
단어 몇 개와 표정, 손짓, 몸짓으로 모든 것을 표현합니다.
그럼에도 어떻게 소통을 저렇게 잘할까 가만히 보니 역지사지의 마음이 크네요.
서로 이르느라 떠들고 시끄럽기만 하면 경순씨에게 정황을 묻지요.
경순씨가 잘못한 사람을 가리키며 “얘요...” 합니다.
누구와도 잘 지내는 경순씨에게 얘요...로 찍힌 사람도 수긍하고 괜찮지요.
경순씨의 자존감이 하늘까지입니다...
청각장애와 지적장애가 있는 혜연씨는 막무가내입니다.
글씨를 조금 읽을 줄 알아서 써가며 소통하는데 듣고 싶지 않네요.
화장실에 갔을 때 누군가가 있으면 그냥 끌어내고 들어갑니다.
옆에 빈 화장실을 쓰라고 하면 자기는 이곳만 사용 한다네요.
무엇이든 자기 맘대로니 혜연씨를 이길 자가 아무도 없습니다.
모든 식구들을 다 참견하는데 본인은 도와주겠다고 하는 것도 많지요.
우리 집 불통 왕입니다.
소통왕이 있으니 불통왕도 있어야 되나 봅니다.
카페동산 소식입니다.
카페에서 돌보는 학생들의 사연은 시간이 지날수록 각양각색입니다.
가족과 접근금지를 당한 아빠, 그리고 우울증으로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는 엄마,
그 엄마와 둘이 살며 지쳐버린 아이가 요즘 학교를 안 나오고 있네요.
주는 것도 힘든 예민하고 자존감 낮은 아이들과 신뢰를 쌓는 시간이 제법 걸립니다.
그러니 돈 없이 맘대로 들락거릴 수 있는 카페가 숨통이지요...
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씀은 생명을 살리는 말씀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늘 함께해 주시는 마음에 위로를 얻습니다.
고맙습니다.
2022년 6월 25일 나눔의 동산에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