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쉴만한 물가] 님이 오신다, 함석헌
님이 오신단다. 길 닦아 예비하자.
내 집에 오시는 님을, 날 보러 오시는 님을
그저 어찌 맞느냐?
높은 것 낮추고 우므러진 것 돋우고
굽은 길을 곧게 하고 지저분한 것을 다 치워
님이 바로 오시도록 하자.
님을 기다린다면서 그저 잤고나.
이것저것을 온 방안 허투루 늘어놓아
그저 앉으실 곳도 없이 했구나.
어서어서 모셔야 할 님
더러운 길에 왜 더듬게 하며
맑고도 거룩하신 그의 몸을
헤뜨린 이 속에 어찌 맞을꼬?
쓸자, 닦자, 고치자, 물을 뿌리자.
묵고 묵고 앉고 앉고 이 먼지를 다 어찌하노?
자리 위엔 무슨 때가 이리도 꼈느냐?
천정의 거미줄은 누가 치느냐?
이리도 더러운 줄을 나도 몰랐지
뜰에는 무엇이 저리도 많아 발도 옮겨 놀 곳이 없고
앞길에는 돌이 드러나고 다리가 무너졌으니
저거는 누가 놓아주느냐?
아이구 님이 오시네! 저기 벌써 오시네!
이를 이를 어찌노, 어딜 들어오시랄꼬!
이 얼굴, 이 꼴, 이 손은, 아이!
이 애 이 애 걱정 마라, 나도 같이 쓸어주마,
나 위해 쓸자는 그 방 내가 쓸어 너를 주고,
닦다가 닳아질 네 맘 내 닦아주마.
쓸자 닦자 하던 마음 그것조차 맘뿐이고
님이 손수 쓰시고 나까지도 앉으라시니,
내 자랑이라곤 없소이다, 참 없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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